벌크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세상을 움직이는 힘

52일차

 

벌크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세상을 움직이는 힘

 

컨테이너선에 이어 벌크선을 소개합니다. 컨테이너선은 직접은 아니더라도 뉴스 화면으로라도 접할 기회가 있지만 벌크선은 이름도 생소하고 화면으로도 볼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해상 운송에서 컨테이너선이 화려한 전방 공격수라면, 벌크선은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역할을 하는 수비수라 할 수 있습니다.

 

벌크선(Bulk Carrier)은 컨테이너선을 제외한 모든 선박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Bulk'라는 단어의 뜻처럼 부피나 무게, 규모가 큰 화물을 운송합니다. 벌크 화물은 컨테이너로 포장되지 않은 상태로 운송되는데, 대표적인 벌크 화물로는 철광석, 석탄, 곡물, 원유, 가스 등이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건화물선, 즉 Dry Bulk Carrier는 철광석, 석탄, 곡물 등 각종 마른 원재료를 실어 나르는 선박입니다. 반면에 원유나 가스와 같은 촉촉한 화물을 운송하는 선박은 Wet Bulk Carrier라고 부릅니다.

 

 

벌크선은 그 규모가 매우 큽니다. 일반적으로 벌크선은 수천 톤에서 수만 톤 이상의 화물을 실을 수 있으며, 때로는 수십만 톤 이상의 화물을 실을 수도 있습니다. 싣는 화물의 특성에 따라 벌크선의 구조와 설계 및 크기 등을 달리 하고 있습니다. 건화물선은 철광석, 석탄, 곡물 등에 적합한 선창을, 원유를 싣는 탱커선은 액체를 싣을 수 있는 탱커 형태의 선창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가스선은 가스를 액화시키는 장치를 갖추고 있습니다.

 

 

전 세계 해상 물동량을 보면 컨테이너선으로 움직이는 비중은 16% 입니다. 즉 벌크선이 해상 물동량의 84%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비중은 상대적으로 작지만 컨테이너선에 대한 인지도가 높은 것은 아마도 컨테이너선이 완제품을 주로 운송하고 있기 때문에 접점이 많아 그런 것 같습니다. 벌크선은 완제품을 만들기 위한 원재료를 주로 수송합니다. 즉, 벌크선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모든 산업을 받쳐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석탄이나 천연가스와 같은 연료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연료들은 대부분 벌크선을 통해 운송됩니다. 또한 자동차나 가전제품 등의 완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철광석이나 알루미늄 등의 원자재가 필요한데, 이 역시 벌크선을 통해 운송됩니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공공재입니다. 통계청이 제공하는 공공데이터 서비스인 지표누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기 생산시 석탄 화력 비중은 39.7%이고, LNG 화력 비중은 17.3% 로 총 56%를 차지합니다. 이 두 에너지원은 모두 벌크선을 통해 공급되며, 석탄과 LNG의 공급이 제때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전력 공급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하게 됩니다.

만약 벌크선을 통한 석탄 및 LNG의 공급이 지연되거나 중단된다면, 전력 생산에 차질이 생겨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는 끔찍한 상황이 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벌크선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세상을 움직이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벌크선이 철광석, 석탄, 원유, 가스등 원재료를 제 때 수송하지 못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당장 자동차가 멈춰 서고, 전기가 제때 공급되지 않아 일상 생활이 힘들어 질 것입니다. 그 밖에 우리가 일상 속에서 사용하는 수 많은 물건들이 벌크선을 통해 우리에게 전달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벌크선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이러한 벌크선이 있다는 것을 한 번쯤은 기억해 주시길 바랍니다.

 

 

참고자료 - 지표누리

https://www.index.go.kr/unify/idx-info.do?idxCd=4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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